첫번째 음반이 나온지 10년만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온 데미안 라이스.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 말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진이라..... 암표상들도 표를 못 구해서 '남는거 있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니는 신기한 광경을 봤다. 그리고 그동안 그래도 따뜻하던 날씨가 왜 공연날이 되니 추워지는지... 사정이 있어서 공연장에 바로 못들어가고 밖에 있었는데 추워서 죽을 뻔 했다 ㅠ_ㅠ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사진으로만 보던 쌀옹께서 무대위로 올라오는 순간! 헉 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덥수룩한 수염과 산발인 머리... 길에서 만났다면 부랑자인줄 알고 지나가 버릴 지도 모를 그런 모습?! (심지어 기타도 엄청 낡은..)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니 '아 저 사람이 진짜로 데미안 라이스구나' 하는 생각이 드디어 들었다.... 부랑자라고 해버리면 욕먹을지도 모르니 좀 더 멋있는 단어인 '음유시인' 정도로 고쳐야 될 것 같다.... :) 흐흐 
 





내 상상속 그분의 모습은 이랬는데..







주최측(현대카드)에서 셋리스트를 미리 공개하긴 했지만, 역시나 순서는 다 달랐으니 아무튼 첫곡은 바로 'The Professor & La Fille Danse'였다. 홀로 기타 하나만 메고 올라와서 노래를 하는데도 무대가 꽉 찬 느낌. 음향이 잘 되어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ㅋㅋㅋ 이래서 데미안 라이스가 유명한 거구나 싶기도 하고. 반주가 없으니 가사 하나하나가 쏙쏙 더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영어니까 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ㅠ_ㅠ)




'Delicate'가 끝나고 나서 드디어 'Hello~'하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우왕*_*
'무대위에 올라오는데 누군가가 웃더라구요. 아마도 내 머리때문인것 같은데... 저 미친 사람은 누군가? 했을것 같네요'라고 말하시던 쌀옹.... 나도 웃었는데.. 그 소리가 거기까지 들렸던건 아니겠지? ㅋㅋㅋㅋㅋㅋ



'영어로 말해도 괜찮겠죠?'라는 식으로 물어보고 난 후 엄청나게 길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앞서 불렀던 세 곡과 관련된 내용인 것 같았다. 사랑은 하기 전에는 아름다운 것 같지만, 막상 하고 나면 '젠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ㅠㅠ 영어공부 역시 헛했군....







'Volcano'를 반쯤 부르고 난 후 갑자기 '같이 노래하고 싶은 사람들은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하시던 쌀옹. 관객들이 우루루루 올라가더니 쌀옹의 주변을 에워쌌다. 세그룹으로 나눠서 노래의 후렴구를 함께 불렀는데... 나도 자리가 앞자리였다면 달려갔을텐데 부러워 죽을 뻔했다. 노래가 끝나니 그 관객들이 우루루루 쌀옹한테 몰려가서 하이파이브를 했는데 흐엉엉 정말로 부러웠다 ㅠ_ㅠ ㅠ_ㅠ_ㅠ_ㅠ_ㅠ_ㅠ_ㅠ_ㅠ_ㅠ



중간중간 사랑과 관련된 철학적인 말을 많이 하신 쌀옹.... 로맨틱한 사랑은 음식이랑 비슷한거 같지 않냐고, 동물들이 음식을 가지고 서로 싸우는거 처럼 사람들도 이성때문에 싸우지 않냐고 하면서 으르렁하는 흉내를 직접 내주심 ㅋㅋ '나는 초콜렛을 좋아해요, 근데 누군가에게 초콜릿 처럼 먹히고 싶진 않아요'라는 말도 해주고 ㅋㅋㅋㅋ 




가장 기억에 남는건 'Amie'에 대한 곡설명..
여자친구가 '오늘 내 방 침대 써!'라고 해서 쌀옹이 속으로 'Umm interesting~'하고 있는데, 여자친구가 '오늘 여동생이 나가고 없거든, 난 거기서 자려고' 하면서 방을 나가버렸다는 이야기.... '씻고나서(사람들이 오오오오~ 하니까 막 웃으면서 '양치질했어요, 너무 야한 생각 하는거 아니에요?'라곸ㅋㅋ...) 홀로 방에서 창밖으로 별을 바라보다 보니 이 노래가 떠올랐어요'란다. 이 아저씨 노래만 들으면 되게 우울할거 같았는데 장난아닌 유머감각의 소유자였다. ㅋㅋㅋㅋㅋㅋ 




'angry하고 loud한 곡을 할까? dreamy한 곡을 할까?' 하다가 결국 angry하고 loud한 'Woman like a man'을 해주기도 하고, 관객에게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아서 Toffee Pop을 해주기도 한 쌀옹('가사를 잘 모르겠어'라고 하면서도 다 불러주심)... 'new song을 할까? old song을 할까?'하고 물어보다가 어쩌다보니 old song인 'Older chests'를 불러주기도 하고... 그래도 마지막에 신곡도 해주시려나 했더니 결국 신곡은 못들었다. ㅠㅠ 



시간이 몇시냐고 물어보더니, '시간이 얼마 안남았네요.. 너무 빨리 지나간거 같아요. 혹시 집 빌려주실 분 있으면 거기서 계속 할 테니까 사람들한테 주소를 알려주세요'라며 '오호, 몇몇 분들은 진짜로 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라던 쌀옹.. ㅠ_ㅠ(우왕 우리집에 와줘요 우리집에...)


 

무대위에는 조촐하게 피아노, 기타, 테이블, 벤치와 가로등이 있었는데 쌀옹은 기타를 멨다가 피아노를 쳤다가 하면서 홀로 노래를 불렀다. 음반에서 들었던 다른 여성보컬이나 화려한 반주들은 없었지만, 일부러 어쿠스틱하게 꾸민 무대라고 한다... 매번 음원만 듣다보니 이런 어쿠스틱한 라이브도 좋지 싶다. 'Cannonball'을 부를때는 무대앞으로 한발짝 나가서 마이크없이 불러주기도 하고.... 'Cold Water'는 무대의 모든 조명을 끄고 불러주기도 했다. 즉흥적으로 한 건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다 미리 계획해놨던 거였다고... ㅎ_ㅎ








맨 마지막 곡 Cheers Darlin에서는 미모의 여성(알고보니 타루였다는*_*)과 함께 짧은 연극(?)을 보여주기도 한 쌀아저씨:-) 공연이 끝난 후에는 공연장 밖으로 나와서 짧은 공연을 더 해줬다고 하니.. 많은 에피소드를 준비해준것 같아서 감동받았다. 내한공연 중 이렇게 많은 멘트를 하며 노래를 불러준 공연도 처음! 물론 멘트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해설이 있는 공연' 같기도 하고, '사랑이란 무엇인가'하는 주제의 공연을 본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예전에는 일부러 신나고 재미있는 공연만 찾아다녔는데, 결과적으로 나중에 더 기억에 남는 공연은 이렇게 잔잔하고 감동이 있는 공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 들기 시작한다...! 사실 돈도 없고해서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망설였는데 역시 가길 잘한 것 같다. '언젠가 또 다시 만나자'던 쌀아저씨 다음에 꼭 다시 와서 공연 해줬으면 ㅠ_ ㅠ









 



 

사진 출처 : http://superseries.kr/

Posted by LAZY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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